서두 : 좁은 집, 가득 찬 물건들
하루일과를 마치고 귀가하여 현관에 들어서면 늘 한숨이 나옵니다. 현관에서 부터 아이들의 신발과 광고 전단지 등으로 어지혀져 있고, 거실은 철지난 옷가지들과 잡동사니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우리 부부와 두 아이가 함께 살고 있는 동경의 아파트는 일본 특유의 좁은 구조에 필요 이상의 많은 살림으로 언제나 북적입니다. 책상 위에는 정리되지 않은 서류가 쌓여 있고, 옷장은 입지 않는 옷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집이 좁아서 그런가? 아니면 정리를 잘 못해서 그런가? 시간을 내서 정리를 해도 그때 뿐이고 좀처럼 집안은 정돈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사사키 후미오(佐々木典士)님의 유튜브 다큐멘터리를 보았습니다. 그는 적은 물건으로 단순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모습은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후 그의 책 [ぼくたちに、もうモノは必要ない, 우리에게 더 이상 물건은 필요 없다] 를 읽으며 미니멀리즘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고 단순한 삶이 가져다주는 여유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그런 삶의 방식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제가 미니멀리즘에 끌리게 된 배경과 변화의 과정을 공유하는 첫 이야기입니다.
현실 문제 : 집안을 채우는 것들
우리 가족은 모두 물건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예쁜 포장지, 어디서 샀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기념품, 아이들이 만든 공작물들 까지, 모든 게 '소중한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쌓여갑니다. 필요성 보다는 소중함이라는 가치 아래 이 '예쁜 쓰레기'들은 어느새 저희 집을 가득 채웠습니다. 물건에 점령당한 좁은 집에서 겪는 구체적인 문제들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공간 낭비와 비싼 거주비
도쿄의 월세는 만만치 않습니다. 비싼 비용을 내고 얻은 소중한 공간이 정작 물건들에게 점령당하고 있습니다. 옷장, 선반, 심지어 바닥까지 살림살이로 가득 차 가족이 편히 쉴 공간이 부족합니다. 이 물건들은 월세도 내지 않고 저희와 동거 중입니다. 이것은 분명 공간의 낭비 입니다.
2. 물건 찾기의 악순환
필요한 물건을 찾으려면 늘 전쟁입니다. 얼마 전 샀던 셔츠, 중요한 서류, 심지어 충전기 하나 찾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결국 못 찾아서 새로 사놓고, 나중에 잊을 만하면 오래된 물건이 튀어나옵니다. 그렇게 시간, 금전, 그리고 마음의 여유까지 낭비 됩니다.
3. 피로와 스트레스
아이들의 학교 안내문, 쌓인 장난감, 입지 않는 옷들까지... 좁은 집에 물건이 많으니 정리는 해도 해도 끝이 없고, 그럴 때 마다 상당히 큰 에너지가 소진됩니다. 거기에 계속되는 스마트폰 알림 또한 스트레스를 더하고, 가족 모두가 피로에 지쳐 갑니다. 휴식의 공간이 되어야 할 집이 부담의 공간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계기: 작은 깨달음의 순간
미니멀리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한 번의 정리 작업이었습니다. 지난봄, 아이들 방을 정리하다 오래된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그 안에는 낡은 옷, 첫째가 신었던 신발, 망가진 장난감, 심지어 5년 전 여행 기념품까지 있었습니다. '이걸 왜 아직도 가지고 있었지?'라는 생각에 하나씩 꺼내보니며 추억을 더듬어 보았지만 그때의 소중함은 이미 퇴색 되어 있었습니다.
그날 밤, 사사키 후미오님의 유튜브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는 물건을 줄이며 얻은 자유와 여유를 이야기했고, 그 말이 제게 깊이 와닿았습니다. 그 외에도 미니멀리스트의 책을 읽으며 미니멀리즘이 단순히 정리 이상의 삶의 철학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길을 탐색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왜 미니멀리즘에 끌리는가?
미니멀리즘은 우리 가족의 문제를 해결해 줄 열쇠처럼 느껴졌습니다.
공간의 재발견 : 좁은 집에서 여유로운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가족이 함께 쉴 수 있는 거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방을 되찾고 싶습니다.
시간과 에너지 절약 : 정리와 물건 찾기에 쓰는 시간을 줄이고, 가족과 보내는 시간, 나만의 취미를 즐기는 시간을 늘리고 싶습니다.
낭비 줄이기 : 불필요한 소비와 물건의 악순환을 끊고, 정말 필요한 것만 남기고 싶습니다.
앞으로의 여정: '비움 설명서'의 첫걸음
미니멀리즘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압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 '비움 설명서'를 통해 저의 비움 여정을 기록하려 합니다. 지금부터 연재하는 에피소드를 통해 물건, 시간, 공간, 관계를 어떻게 정리하며 더 가벼운 삶을 만들어가는지 공유할 예정입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미니멀리즘의 정의와 역사, 그리고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다 계획입니다.
마무리 : 당신의 집은 어떤가요?
당신의 집은 어떤가요? 좁은 공간, 쌓인 물건, 버리지 못하는 추억들에 둘러싸여 있지 않나요? 비싼 거주비를 감당하며 물건들에게 공간을 내주는 게 아깝지 않으신가요? 저처럼 '이대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이 드신다면, 미니멀리즘에 한 번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저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뗐습니다. 혹시 관심이 있으시다면 앞으로도 함께 해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 글은 '비움 설명서' 블로그의 첫 번째 에피소드입니다. 다음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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