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시도! 지인 찬스 그리고 쌉싸름한 ‘김칫국’ 한 사발

여러분 안녕하세요, TellJP입니다. 올해로 도쿄 생활 21년 차, 2005년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제 인생에 이런 '인플레이션 습격'이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오늘은 최근 제가 겪었던, 조금은 부끄럽지만 솔직한 ‘50대 직전 이직 도전기’를 공유해보려 합니다. 폭주하는 물가 앞에서 지금까지의 생활 수준 조차 지켜내기 버거운 요즘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직 시도


1. 잃어버린 30년, 그리고 깨진 평화

일본은 오랫동안 '정체된 천국' 이었습니다. 코로나 발생 무렵까지도 장기 저성장 국면에 물가도 월급도 제자리였지만 먹고사는 데 지장이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공식이 깨졌습니다.

왜 갑자기 물가가 오를까? (엔저와 인플레이션)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인 공급망 혼란이 발생했는데, 일본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나홀로 '초저금리(마이너스 금리)'를 고수했습니다. 미국 금리는 치솟는데 일본만 낮으니 돈이 다 빠져나갔고, 이는 역대급 엔화 약세(엔저)로 이어졌죠. 수입 물가가 폭등하며 서민의 실질 소득은 깎여나가고, 자산은 부유층에게만 쏠리는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이대로 가다간 계층 하락 면치 못하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했습니다.


2. "50살 사무직, 시장에 나를 내놓다"

제 경력은 관리직(총무/경영지원)으로 전문 기술직이 아닌 소위 '문과형 사무직'입니다. 50대를 목전에 두고 리쿠르트 에이전트에 이력서를 올릴 때 솔직히 겁도 났습니다.

"이 나이에 연봉 높여 가는 게 욕심일까?"

역시나 에이전트의 구인 정보는 냉정했습니다. 연봉이 안 맞거나, 연령 제한에 걸리기 일쑤였죠. 그러던 중, 운 좋게 지인의 소개로 한 회사에 이력서를 넣게 되었고, 면접 제의까지 받았습니다. 앗싸!!


3. 가장 아끼는 정장을 꺼내다

면접 날, 살이 좀 쪘는지 살짝 끼는 정장 단추를 조심히 채우고 회사를 나섰습니다. 1차 면접 분위기는 환상적이었습니다. 제 경력을 높게 평가해주셨고, 대표님도 "조건을 맞춰보자"며 긍정적인 시그널을 주셨죠.

집으로 오는 길, 저도 모르게 콧노래가 나왔습니다. 상상 속에서는 이미 그 회사 출근 완료! '부하 직원들에게 어떤 리더십을 보여줄까?' 하는 행복한 고민까지... 

네, 제대로 김칫국부터 원샷한 겁니다. 벌컥 ㅎㅎ


4. 최종 면접, 어라!?

2주 뒤 열린 최종 면접. 대표님의 얼굴엔 피로가 가득했고, 분위기는 지난번과 딴판이었습니다. 1시간 반의 압박 면접 끝에 나온 연봉 제안은... 

'업무 강도는 현재의 2배 이상, 연봉은 현재와 동일'. 머리가 띵!!

순간 망설였습니다. "교섭을 더 해볼까?" 하지만 무리한 요구는 저를 소개해 준 지인의 입장을 난처하게 하는 일이 될 것 같았습니다. 

어설프게 조금 연봉을 높인다고 해도 요구되는 실적 또한 비례해서 올라갈 것 같았습니다.

최대한 표정관리를 하며 정중히 인사를 나누고 회사를 나왔습니다.

집까지 터벅터벅 돌아와 샤워 후 캔맥주 일발 장전.

허무함과 민망함이 밀려왔고 기운이 빠졌습니다.


5. 수요와 공급, 그리고 나의 시장 가치

이번 경험은 저에게 쓰지만 귀한 약이 되었습니다.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제 현재 위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요.

배운 점 1 : 인맥이 기회를 줄 순 있어도, 결과까지 보장하진 않는다.
배운 점 2 : 생각보다 나는 매력 없는 상품이다.
배운 점 3 : 내 마음대로 안 되는 9할의 현실을 인정할 때 다음 수가 보인다.


마치며

비록 이번 이직은 '중단'으로 끝났지만, 마음은 홀가분합니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머리를 식힌 뒤,  다음 스텝을 고민해 보려 합니다.

혹시 일본에서, 혹은 타지에서 비슷한 고민이나 실패 경험이 있으신가요? 여러분의 조언이나 따뜻한 댓글이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오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두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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